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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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2
박보나展 / PARKBONA / installation

박보나展_X2_the room_2008

2009_0102 ▶ 2009_0130 / 11:00am ~ 06:00pm / 월요일 휴관, 구정 휴관

초대일시_2009_0102_금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9_0110_토요일_03:00pm

책임기획_이대범 / 후원_서울문화재단
the room


누구도 될 수 있고, 누구도 될 수 없는 ‘X’의 고백

우리는 꿈속에서 스핑크스가
우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스핑크스의 꿈을 꾸는 것이다.

「꿈」 중에서 ■ 보르헤스

박보나의 「X」, 「XX」, 「X2」는 전시 공간이 변하고 있음에도, 형태는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전시장에는 망원경이 놓인 테이블이 있으며, 바깥으로 열려 있는 유리창이 있다. 전시장 내부에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시각적 요소는 삭제되어 있다. 유리창과 망원경의 사전적인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박보나는 관객의 시선이 전시장 바깥으로 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는 관객의 시선이 즉각적으로 바깥을 향해 뻗어가지 못하게 차단하고, 우선 시선을 유리창 표면에 머물게 한다. 그곳에는 각기 다른 층위에 놓인 X(X, XX, X2)의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시장 내부에 있는 관객의 시선은 유리창 표면, 혹은 유리창 저 너머의 외부, 혹은 전시장 내부로 투사되며 중층적으로 결합한다.

박보나展_X2_the room_2008


유리창 표면 : 반사하는 ●「X」와 「X2」에서 중요한 것은 익명으로 처리된 X와 “X가 해준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빠짐없이, 그대로”(필자강조) 옮기는 ‘나’와의 관계가 기술되어 있는 유리창이 ‘거울’로서 제시된다는 점이다. 두 이야기의 대략적 서사는 이러하다. X와 ‘나’는 유리창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에 놓여 있는 상이한 인물이다. “딱히 특징이 없는” X가 어느 날 ‘나’를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X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는 그것을 “단 한마디도 빠짐없이, 그대로” 기술한다. 그러기에 텍스트를 기술하고 있는 것은 ‘나’이지만, 정작 그곳에는 ‘나’의 이야기가 없다. ‘나’가 유일하게 스스로 말(X의 이름)할 수 있는 순간에도 그는 주저하며 말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X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계적으로 기술할 뿐이다. 그렇다면 유리창 표면의 텍스트는 X와 ‘나’가 동일시된 상태에서 발화된 진술인 것이다. 비록 X는 말을 하고, ‘나’는 (듣고) 쓰는 역할에 충실하여, 그들은 (언어적 측면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X는 자신의 말을 현현해줄 수 있는 ‘나’를 만났을 때만 말을 한다. ‘나’ 앞에서는 수다스러운 X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는 말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말만 할 수 있도록 제한받고 있다. 「X」에서 X는 주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조용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XX」에서는 하루의 13시간을 작업만 하며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X2」에서는 “미술관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과월호 잡지나 시시한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제한된 말하기는 「X2」의 X와 같은 얼굴의 가나아트센터 지킴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연명하는 것처럼 보였던 X가 ‘나’를 찾아온 것은 그들이 욕망하는 것, 즉 3년 전에 왜 자신을 떠났는지에 대한 답변을 들은 후(「X」), 자신과 얼굴이 같은 이를 제거할 계획을 마친 후이다(「X2」). 일상에서는 제한된 말하기로 발화되지 못했던 그들의 욕망은 ‘나’를 통해 언어로 나타난다.

박보나展_X2_the room_2008

유리창 외부 : 관통하는
● 그러나 유리창은 거울이면서 거울이 아니다. 여전히 유리창의 내부와 외부는 상이하다. 뿐만 아니라 거울을 보는 자는 항상 거울 앞에 서야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음에도 유리창 앞에는 ‘나’(혹은 X)가 없다. 단지 그곳에는 그들이 있었다는 흔적(언어)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제3의 인물인 관객이 등장한다. 관객은 유리창 앞에 서 있으나, 유리창은 정작 그를 비추지 않고 이미 자리를 떠난 X와 ‘나’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관객은 어디에 있는가? 또한 X와 ‘나’는 어디로 사라진 것 일까? 자신을 비출 것이라 예상했던 유리창에 정작 자신은 없고 이미 사라진-또는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는- X와 ‘나’만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관객의 시선에는 텍스트로 가득한 유리창 표면의 너머가 들어온다. 그곳은 X가 있는(있었던 또는 없었던) 곳이다. 관객은 망원경을 통해 너머를 눈앞에 현전시키며 X를 찾는다.
한편, 「XX」에는 ‘나’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는 스스로 ‘발견’(또는 발견하리라 희망하는 것)한 것을 통해 X를 기술한다. 「XX」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업은 대칭적이다. 마주하고 있는 두 개의 건물(빅바스 / 벤핌락)이 있으며 그곳에는 동일인물인 X를 소개하는 글이 각각 쓰여 있다. ‘나’가 X라고 주장하는 이는 맞은 편 건물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 역시 지금 여기에 있는 ‘나’와 마찬가지로 유리창에 쓰인 텍스트를 읽고 있으며, 망원경을 들고 있으며, 맞은편 건물(‘나’가 있는 건물)을 보고 있다. 두 건물의 관객은 하나의 이야기로 묘사된 X를 찾지만, 그들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자신과 유사한 행위를 하는 인물이다. 결국 X를 찾는 행위는 ‘증발’(또는 ‘실종’)된다.
「XX」의 대칭 구조는 마치 거울 앞에 놓인 X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울 속의 자기 이미지는 자신의 완벽한 복제물인가. 라캉이 ‘자아형성시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오인(meconnaissance)으로부터 생겨난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이미지는 실제의 자기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고 그러므로, 거울 속 자기 이미지는 타자로서 존재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는 균열 혹은 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뒤의 X는 끊임없이 앞의 X와 합일하려 하지만, 앞의 X는 끊임없이 틈을 두고 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장에 놓인 망원경은 저 먼 곳의 X를 자신의 눈앞에 현전시켜 합일하려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들과 아무리 가까워진다고 해도 합일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망원경 크기만큼의 틈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리창 내부 : 거울(유리창)은 없다. ●‘XX’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면, ‘X2’는 서로 상이함을 나타낸다. 이는 「X2」가 「XX」에서 보여준 숙명적인 자기동일성의 실패를 상정함을 가리킨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게 두 개 존재할 때 가장 끔찍한 게 무엇일 것 같나요?”라는 질문이 거울 앞에서 ‘거울은 없다’라고 말하는 도발적 선언으로 들린다. 「X」와 「XX」에서 전시장 내부는 관객들이 외부를 보기 위한 공간이었다. X와 ‘나’는 유리창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X2」에는 어디론가 사라진 X인지 아닌지 모를 인물(지킴이)이 전시장 구석에 앉아 있다. 그러기에 관객은 전면에 유리창이 있고, 망원경이 있지만, 그것을 통해 유리청 너머를 보기 전에 구석에 숨죽이고 앉아 있는 지킴이를 보게 될 것이다. 즉, 거울(유리창)에 등을 돌리고 거울의 존재를 외면하는 것이다. 「X2」의 X는 낯선 남자에게 자신과 같은 얼굴인 여자(가나아트센터의 지킴이)를 죽여 줄 것을 요구한다. “꼭 죽여주셔야 해요. 반드시 얼굴 쪽을 공격해 주세요. 북북 으깨주세요. 얼굴이 남지 않도록.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도록” 그리고 며칠 후 그도, 그와 같은 얼굴을 한 이도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전시장 내부에 있는,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권총을 들고 3년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를 찾아간 X인가? 아직 숨죽이고 있는 유망한 아티스트 X인가? 말없이 자신의 할 일만을 하던 토탈미술관 지킴이인가? 지루함이 가득 묻어나는 가나아트센터 지킴이인가? X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인가? X를 애타게 찾던 관객인가? 맞은 편 건물에 망원경을 들고 X를 찾던 그 인가? 아니면 당신인가? 그는 그중 하나 일 수 있으며, 그 모두는 아닐 수도 있다.


■ 이대범

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09_01 박보나 "X2" 설치전경











09_01 박보나 "X2"

X2

"X2"는 박보나가 직접 쓴 상황소설이 전시공간에서 재연되도록 한 일종의 개념미술 작품이다. 작가는 이미 이와 유사한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X2"는 "X","XX"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전시장 전면의 커다란 유리창에 소설이 쓰여 있고, 테이블 위에는 망원경이 놓여있다. 여기에서 망원경은 소설 바깥에서 소설을 훔쳐보게 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는 지킴이(소설 속 주인공)를 발견하는 순간, 관람자는 과연 자신이 소설의 밖에 있었던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이것이 분명 설정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과 현실의 비틀린 경계의 지점이 순간적으로 관객에게 각인된다.


"X2"에서 작가는 한편의 연극무대를 마련해 놓고 대본 없이 상황만 던져주고, 배우에게 재연시키는 감독과 같다. 감독의 요구에 의해 재연 배우들이 만드는 연극무대는 실제와 가상, 다시 가상의 재연을 통해 드러나는 또 다른 가상의 장(場)이다. 박보나는 여기에 가상의 가상이라는 하나의 역설적 공간을 더 만듦으로서 비틀린 언어, 비틀린 경계를 말하고자 한다. ‘비틀림’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은 없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관객은 그것을 경험해야 하는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박보나는 이것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미필적 고의’라고.

(글. 서원석)




박보나

1977 서울생
2008 현재 런던 거주

학력
2008 MFA Art Practice in Goldsmith College, The University of London
2005 한국 예술 종합 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B.F.A.
2001 서강대 영어 영문학과, 신문 방송학과 (복수 전공) B.A.

개인전
2005. 5. Ya Project 01 – 박보나, 가갤러리

그룹전
2008. 9. The Gallery at Willesden Green Library, London, UK
2007. 9. The Shifted State, Bear space, London, UK
2005. 11. 15 마을 이야기, 전라 남도 광주 시청
2005. 9. 보림 출판사 프로젝트, 파주 보림 출판사 사옥
2005. 7. 가자, 베니스 비엔날레, 갤러리 175

기타
2006 아트 인 컬쳐 - New Face 작가 선정

09_01 X2

1. 전 시 명 : X2
2. 작 가 : 박보나
3. 기 획 : 이대범
4. 기 간 : 2009년 1월 2일(금)~30일(일) (총 28일)
5. 장 소 : the room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6. 개관 요일 및 시간 : 화요일-일요일, 11:00-18:00
7.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구정(2009년 1월 24일~27일)
8. 오 프 닝 : 1월 2일 금요일 18:00
9. 아티스트 토크 : 1월 10일 토요일 15:00
10. 관람요금 : 없음
11.문의
담당자; 서원석
전화: 02-379-3994, 팩스: 02-379-0252
이메일: theroom.at.total@gmail.com
블로그: http://theroom-tmca.blogspot.com

the room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공동 기획자 이여운과 서원석이 전시 진행하는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

또한 the room은 토탈미술관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로서, 나이나 국적, 장르에 제한 없이 신작(新作)을 소개하는 일종의 쇼 케이스 공간이다. 2008년에는 5번의 전시를 통해 이기일, 권경환, 문경원 등의 신작이 공개되었으며 2009년에는 박보나의 전시를 시작으로 안두진, 기는풍경, 최기창, 홍수연, 홍범, 문무왕 등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중견작가들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단순히 전시를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 토크 등 향후 작가로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오시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 지선버스 1020, 1711
4호선 길음역 하차 3번출구 간선버스 153,110

버스: 롯데.삼성아파트에서 하차
간선버스 - 110, 153
지선버스 - 1020, 1711, 7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