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4일 수요일

09_11+12



I.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삶은 메아리처럼 그저 따라 울려 퍼지는 핏빛 물결>
- 작 가 : 이완
- 기 간 : 2009년 11월 6일(금)~12월 6일(일)
- 장 소 : the room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 아티스트 토크 : 2009년 11월 23일(월) 3시

II. 전시 내용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주어진 범주 안에서 제한된 선택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의 기회로 인해 가려진 ‘제한된’ 조건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소비한다 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구조에 의해 규정된 소비의 작동방식으로 우리는 그 시스템 안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소비 시스템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규칙 중 하나로 이완은 이렇듯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보이지 않지만, 우리 내부에 침전해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일상적인 사물을 조작하고 자극한다.

이완의 작품은 매우 정교하다. 그러기에 작품의 물질성에 의문을 가질 틈을 주지 않고 형태적 평범함에 주목하게 한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작품은 예기치 못한 제작 방식을 거친다. 이것이 그의 작업을 정교한 조형성 너머에서 바라보게 하는 요소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A는 B로 구성되었다'는 일반적 명제에 B를 C로 대체한다. 이때 대체된 전혀 예상치 못한 C의 등장을 통해 관습화된 개념을 재고하게 한다. 즉 평범한 사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극단적으로 변형시켜 우리의 보편적 인식체계를 부정한다.

the room에서 전시되는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소고기를 갈아서 제작한 합판과 각목은 목공 재료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다. 음식으로 소비 될 거라 예상했던 소고기는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기존 관념에서 벗어난 사물을 접하는 관객은 당혹감을 표출한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표면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성이라는 우리가 가진 또 다른 고정관념이 새로운 방법으로 제기된다. 무언가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합판/각목의 물질성은 작가가 전시기간 중 수시로 전시장 내에서 작품을 완성하고 그것을 일주일간 전시 후 다시 해체 하고 또 다른 새로운 사물로 제작하는 방법론을 통해 획득된다.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공동 기획자 이여운, 서원석가 전시 진행하는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