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5일 월요일

붕괴 by 박준범



I. 전시 개요
- 전 시 명 : <붕괴>
- 작 가 : 박준범
- 기 간 : 2010년 1월 19일(화)~2010년 2월 19일(금)
- 장 소 : the room (토탈 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 아티스트 토크 : 2010년 1월 19일(화) 16:30

II. 전시 내용
2010년 the room의 문을 여는 박준범의 붕괴展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의 붕괴에서 시작한다. 백화점, 교각, 건설현장 등 구조적 붕괴 사고나 자연재해 이미지는 그 원인이나 과정은 생략되고, 잔해로 변한 결과만을 다룬다. 박준범은 이 점에서 착안하여 개인, 군중, 혹은 구조물이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이전 작업들이 일반적으로 평면화된 실경 이미지에 의도적으로 작가의 손이 개입하여 '실재'에 대한 착시를 주목하게 했다면, 이번 작업은 붕괴의 현상에 주목하여 실제 사물의 조작된 움직임이나 조형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주는 그 과정의 미묘한 긴장감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 ‘붕괴’ 는 섬세하고 연약한 재료를 이용해 제작한 건축현장 외벽 같은 모형 안에 모래가 점점 쌓이면서 구조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의도적으로 실제 속도보다 두 배 정도 느리게 재생하여 구조물이 서서히 탄성과 진동을 반복하며 균열해 가는 긴장감을 극대화하였다. 두 번째 작품 ‘메시지’는 군중의 맹목적 믿음 혹은 비판적 믿음이 부재한 자유의지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신라시대 군중을 속이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차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선물’에서는 개인의 내적 붕괴, 자살의 과정이 매우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보인다. 50여 장이 넘는 DVD는 작가가 유언으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사물이 다양한 영상기법, 의인화, 광학, 세트촬영, 혹은 매뉴얼 기법을 이용해 각 개체마다 다른 이야기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모두 복잡하고 수식적인 영상 기법이 아닌 가장 단순한 방법과 아날로그 조형물을 이용한 박준범 작가만의 독창적 실험을 보여준다.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10년에는 이여운과 정현미가 전시 진행하는 토탈미술관 내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

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One Day by AHN Doojin



09_12 AHN Doojin



I. 전시 개요
- 전 시 명 :
- 작 가 : 안두진
- 기 간 : 2009년 12월 17일(목)~2010년 1월 13일(수)
- 장 소 : the room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 아티스트 토크 : 2009년 12월 17일(목) 16:00

II. 전시 내용
인간의 성격을 탐구하는 방편이었던 그림자는 밀레나 고야 이후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18세기의 화가는 단순히 회색 면을 이용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다. 이는 최소한의 방법론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추출하는데 효율적이었다. 이들이 언급하는 부정적 분위기는 아름다움에 기반한 미적 쾌감에 반대되는 두려움 혹은 공포이다. 칸트는 이를 ‘숭고(sublime)’로 명명하고 ‘ 미(beauty)‘와 ‘숭고(sublime)’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숭고를 생명력 혹은 매력과 같은 미의 조건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즐거움으로 봤다. 즉, 미가 매력적인 것을 선호하는 취향에서 오는 것이라면, 숭고는 무언가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불쾌의 감정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숭고는 경외심 혹은 존경심으로 여겨졌다.
이번 展에서 안두진은 이와 같은 어두운, 알 수 없는 것이 자아내는 숭고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6년 개인전 展에서는 기독교와 불교의 회화적 특징을 한 작품에 차용하여 종교적 숭고함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전시는 더 나아가 원시시대의 숭고함을 언급한다. 원시시대 숭고를 구체화 하기 위해 종래에는 다양한 오브제와 회화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우연적인 이미지를 생산했다면, 이번 전시는 가장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회화와 실제 그림자만을 이용했다. 관객은 전시장 중심에 설치된 원형 구조물 안에 들어가는 순간 검은색 바탕에 형광색으로 그려진 어딘지 모르는 사이키델릭한 동굴 이미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 미지의 원시공간에 대한 시각적 경험은 유리창에 설치된 실루엣 그리고 그것의 그림자를 통해 공간의 신체적 경험으로 치환된다. 이미지와 실제 그림자 사이의 공간에 있는 관객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극적인 공간의 원시적 숭고를 경험하게 된다.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공동 기획자 이여운, 서원석가 전시 진행하는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09_11+12



I.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삶은 메아리처럼 그저 따라 울려 퍼지는 핏빛 물결>
- 작 가 : 이완
- 기 간 : 2009년 11월 6일(금)~12월 6일(일)
- 장 소 : the room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 아티스트 토크 : 2009년 11월 23일(월) 3시

II. 전시 내용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주어진 범주 안에서 제한된 선택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의 기회로 인해 가려진 ‘제한된’ 조건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소비한다 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구조에 의해 규정된 소비의 작동방식으로 우리는 그 시스템 안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소비 시스템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규칙 중 하나로 이완은 이렇듯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보이지 않지만, 우리 내부에 침전해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일상적인 사물을 조작하고 자극한다.

이완의 작품은 매우 정교하다. 그러기에 작품의 물질성에 의문을 가질 틈을 주지 않고 형태적 평범함에 주목하게 한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작품은 예기치 못한 제작 방식을 거친다. 이것이 그의 작업을 정교한 조형성 너머에서 바라보게 하는 요소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A는 B로 구성되었다'는 일반적 명제에 B를 C로 대체한다. 이때 대체된 전혀 예상치 못한 C의 등장을 통해 관습화된 개념을 재고하게 한다. 즉 평범한 사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극단적으로 변형시켜 우리의 보편적 인식체계를 부정한다.

the room에서 전시되는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소고기를 갈아서 제작한 합판과 각목은 목공 재료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다. 음식으로 소비 될 거라 예상했던 소고기는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기존 관념에서 벗어난 사물을 접하는 관객은 당혹감을 표출한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표면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성이라는 우리가 가진 또 다른 고정관념이 새로운 방법으로 제기된다. 무언가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합판/각목의 물질성은 작가가 전시기간 중 수시로 전시장 내에서 작품을 완성하고 그것을 일주일간 전시 후 다시 해체 하고 또 다른 새로운 사물로 제작하는 방법론을 통해 획득된다.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공동 기획자 이여운, 서원석가 전시 진행하는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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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Que Sera Sera

Ⅰ. 전시 개요
- 작 가 : 이은우, 양아치
- 기 간 : 2009년 9월 18일(수)~11월 1일(일)
- 장 소 : the room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 아티스트 토크 : 2009년 9월 28일(월) 3시
- 개관 요일 및 시간 : 화요일-일요일, 11: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II. 전시 내용
양아치가 만들어낸 커다란 황금과 이은우가 만들어낸 별들의 수많은 조합은 마치 자가 증식하는 바이러스와 같다. 전시장 안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양아치의 황금 덩어리 안의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는 뜬금없는 중얼거림이나 할 짓거리 없는 농과 같다. 하지만 이것이 황금이라는 욕망 덩어리와 결합하는 순간 커다란 비밀을 담은 암호문처럼 느껴진다. 사실 알고 봤더니 단순히 황금 칠한 덩어리와 농지거리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사실은 이 사회에 덩그러니 던지는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마치 숙주와 접하기 전에는 무생물 상태이나 숙주 세포와 접하게 되면 자신을 복제해 내기 시작하는 바이러스처럼. 이런 혼란스러움을 더욱 조장하는 데에는 바이러스의 변종과도 같은 이은우의 별들도 한몫하다.
바이러스란 놈이 자신을 단순히 복제해 내는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하나의 단순한 별모양일 뿐이었던 어떤 도형은 돌연변이화 한다. 이은우의 별들은 군집의 형태로 전시공간 안을 가득 채우며 헤쳐 모여 있다. 언뜻 규칙적으로 무한히 증대하는 것만 같은 이 별들을 잘 살펴보면 별과 별 사이에서 떠오르는 희미한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별들이 가진 다양한 색에 의해 더욱 다이나믹하게 드러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시각적 영역들 사이의 틈 속에도 이 바이러스가 침투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들의 조합은 그 영역을 나누는 여러 모양에 의해 하나의 커다란 군집을 이루고 이것은 또 다른 형태를 낳는다.
바이러스는 자가 증식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내고 이 변종은 또 다른 변종을 만들어 낸다. 양아치의 황금빛 루머 덩어리도, 이은우의 별 같지 않은 별들도 이미 돌연변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원형인지, 돌연변이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퍼뜨리려 하는 것에 어떤 목적성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각각의 동떨어진 바이러스들 사이 희미한 선들이 읽혀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 선들을 읽어낼 수 있다면 두 작가의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역으로 바이러스가 침투된 대상의 실체 또한 읽어낼 수 있으리라. (글. 서원석)

■ the room은 200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공동 기획자 이여운, 서원석, 서준호가 전시 진행하는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스페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