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3040 기대주 ② 사진가 노순택 [중앙일보]
앵글에 담은 ‘세상은 어떻게 굴러가나’
감성 담은 다큐 사진 명성
10일부터 ‘찍새’개인전
2005년 말 서울 토박이 노순택(38·사진)씨는 아내와 어린 딸을 이끌고 경기도 평택 대추리로 이사갔다. 미군 기지 이전 반대 시위로 뒤숭숭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대추리 농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물탱크 모양의 조형물을 발견했다. 주민들도 뭔지 모른다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순택이 미술계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출발점, ‘얄읏한 공’ 시리즈는 여기서 나왔다.광활한 농지 한가운데 설치된 흰 공은 경작하는 늙은 농부의 배경으로 사뭇 목가적이다. 시위를 진압하러 온 전경들이 어이없게 공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각도로도 찍혔다. 철새들이 날아가는 밤이면 공은 숫제 보름달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관객의 의문은 전시장 말미에서 풀린다. 미군이 설치한 고성능 레이더와 이를 보호하기 위한 돔이다. 피식,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뜨끔한 블랙 코미디다. 김준기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그의 사진은 충실한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풍부한 해석을 낳는 예술 작품이다. 새로운 인식과 감성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노순택씨는 대학 정외과를 나와 교수신문·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었다. 그러다가 2002년 직장을 그만뒀다. 다니던 홍익대 야간대학원 사진과도 중퇴했다. 당시 그는 아내와 세 살배기 딸에게 “딱 5년만 전업 사진가로 지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곤 하던 대로 카메라 메고 주요 사건 현장을 누볐다. 그의 관심사는 한국전쟁이다. “이미 반세기 전에 끝난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 전쟁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쟁이 이 사회에 남긴 의미를 찾아다닌다. 자주 가는 곳은 통일전망대, 대북 전단 살포 현장 등. 북한 ‘아리랑’ 공연을 담은 사진도 유명하다.
그는 항상 세 개의 물음표를 붙잡고 있다. “▶세상은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가 ▶나라는 인간은 뭔가 ▶내가 다루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뭔가”다. 그의 사진은 저널리즘과 예술의 경계에 있다. 가장 진실에 가까울 거라고 믿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속이기 쉬운 게 사진이다. 그래서 그는 사진을 통해 “이 사안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하는 “시각의 확장”을 꾀한다.그는 지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비상국가’로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었고, 독일 화랑과 전속 계약까지 맺었다. 여기서 128×90㎝ 크기의 노씨 사진은 5000유로(약 890만원)에 팔린다. ‘비상국가’전은 함부르크에 이어 올해 바르셀로나로 순회한다. 현재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15일까지 열리는 ‘39조 2항’전에 ‘좋은, 살인’ 연작을 전시하고 있다. 10일부터는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이미지 중계자들, 속된 말로 ‘찍새’들을 주제로 한 ‘새’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연다. ‘노순택표 사진’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81653
2009년 2월 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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